그림은 잘 보는 사람부터 잘 그린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한 팁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무엇부터 연습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대부분 연필을 잡는 방법이나 선 긋기 연습을 떠올립니다. 물론 손의 숙련도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림을 가르치며 느낀 것은 그림 실력은 손보다 눈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손재주가 아니라 '보는 방법'​에 있습니다. 같은 사과를 앞에 두고도 어떤 사람은 '사과'라는 이름만 인식하지만, 다른 사람은 형태와 비례, 빛의 방향, 그림자의 깊이, 표면의 질감, 공간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까지 함께 관찰합니다. 이처럼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가 그림의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목차

우리는 생각보다 제대로 보지 못한다

사람은 사물을 보는 순간 이미 머릿속의 기억으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실제 모습을 보기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을 그리게 됩니다. 아이들이 얼굴을 그릴 때 눈을 크게 그리고 코를 단순한 선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성인이 되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컵을 그리라고 하면 실제 컵의 비례보다 '컵은 이렇게 생겼다.'라는 기억을 종이에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어딘가 어색한 그림이 됩니다.

그림은 기억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관찰한 사실을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눈앞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림을 잘 보는 사람은 형태를 먼저 본다

초보자는 사물의 이름을 먼저 봅니다. 반면 숙련된 사람은 형태를 먼저 봅니다.

사과는 둥근 덩어리이고, 컵은 원기둥이며, 사람의 팔은 여러 개의 원기둥이 연결된 구조입니다. 이러한 단순한 형태를 먼저 이해하면 복잡한 대상도 훨씬 쉽게 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 교육에서는 구, 원기둥, 육면체 같은 기본 도형을 반복해서 연습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초 훈련이 아니라 모든 형태를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빛을 보는 순간 입체감이 보인다

좋은 그림은 선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빛을 이해할 때 비로소 입체감이 살아납니다.

사물을 자세히 바라보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밝은 곳, 중간 톤, 그림자, 반사광, 그리고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모두 존재합니다.

이 다섯 가지를 구분해서 보는 습관을 들이면 평범한 연필 하나만으로도 놀라운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연필보다 먼저 빛을 관찰합니다.


잘 그리는 사람은 천천히 본다

흥미롭게도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일수록 선을 빨리 긋지 않습니다. 먼저 오래 바라보고, 비례를 비교하고, 각도를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선을 시작합니다.

반대로 초보자는 서둘러 그리기 시작합니다. 눈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종이에 선을 긋는 순간보다 대상을 관찰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며 느낀 점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저는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대상물을 그릴 때는 무턱대고 연필부터 움직이지 말고, 한참 동안 관찰하십시오. 외곽의 형태를 보고, 구조를 생각하고,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 뒤 스케치를 시작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속담인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 라는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대상물이나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과정으로 완성해 갈 것 인지를 머릿속으로 먼저 그려 본 뒤 작업을 시작하면 놀라운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과정을 먼저 생각하고 계획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은 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급하게 그리는 학생들보다 훨씬 빠르게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저는 오랫동안 지도하면서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또 형태를 여러 번 비교하고 빛과 비례를 차분히 관찰하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제 무엇이 다른지 보입니다."

그 순간부터 학생들의 그림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손 기술이 갑자기 좋아진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방법이 바뀐 것입니다.

또 한 학기 동안 드로잉 시간마다 10분씩 컨투어 드로잉을 꾸준히 실시한 반과 그렇지 않은 반의 형태 표현 능력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컨투어 드로잉을 꾸준히 실천한 학생들의 형태력이 훨씬 뛰어났고, 실기에 대한 자신감도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컨투어 드로잉은 대상을 끝까지 응시하며 시선이 이동하는 경로를 손으로 따라가는 드로잉 연습입니다. 관찰력을 기르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훈련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관찰 연습

거창한 준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항상 내게 있는 신체의 일부인 손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연필을 들기 전에 1분 동안 손의 다양한 동작을 바라보세요.

  • 전체 형태는 어떤 도형에 가까운가?
  • 손가락 끝에서 출발하여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 손바닥과 손가락의 길이의 비례는 어떤가?
  • 빛은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는가?
  • 가장 밝은 부분은 어디인가?
  • 그림자는 어떤 모양으로 바닥에 놓여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본 뒤 그림을 시작해 보세요.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게 대상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마무리

그림은 손으로 완성되지만, 시작은 언제나 눈에서 이루어집니다.

잘 보는 사람은 정확하게 그릴 수 있고, 정확하게 그리는 사람은 자신만의 표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 실력은 화려한 기술보다 관찰하는 습관에서 출발합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책상 위에 머그컵 하나가 놓여 있다면, 오늘은 연필을 들기 전에 먼저 1분만 천천히 바라보세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형태와 빛, 그리고 작은 변화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좋은 그림은 뛰어난 손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래 바라볼 줄 아는 눈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연필보다 먼저 눈을 훈련해 보십시오. 그림은 잘 그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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